Macaron
17.“좋은 소식이다.” 아침부터 분주히 주변을 살피며 자잘한 마법을 써대던 이와이즈미가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여긴 푸루스 근처인 모양이야. 오늘 점심쯤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밝은 표정으로 운 좋게 던전 입구가 푸루스 근처에 이동했을 때 나온 것 같다고 말하는 이와이즈미와는 대조적으로 오이카와와 카게야마의 얼굴은 퀭하기 그지없었다. “너희 어제 안 잤냐?”“네. 좀…잠을 설쳤습니다.”“왜?” 이와이즈미는 질문을 던지자마자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헉” 하고 헛숨을 들이켜며 의심의 눈초리로 두 사람을 훑었다. “설마 너네…내가 자는 동안 정말로 세워본 건…….”“아니거든?! 날 뭘로 보고!”“아니냐? 그럼 다행이고.” 이와이즈미가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자 카게야마가 손을 번쩍 들었다. “..
16.복도를 청소하고 있던 하녀들이 그를 보고 급히 허리 숙여 인사했다. 거동이 불편해 하인의 부축을 받으며 걷고 있던 두베 공과 마주친 그는 인사를 나눈 뒤 한 방문 앞에서 멈췄다. 그의 방은 아니었다. 바로 옆방이었다. 오이카와는 머뭇거리다 문고리를 돌렸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다. 잘 정리된 방의 침대 위엔 사람 대신 검은 망토만이 곱게 접힌 채 놓여 있을 뿐. 오이카와는 망토를 향해 팔을 뻗었으나, 차마 그걸 만지진 못 하고 머뭇거리다 손을 거뒀다. 두꺼운 벨벳 커튼을 여니 창문 밖에 뽀얗게 성에가 끼어있었다. 이제는 정말로 겨울이 왔음을 인정해야 했다. “폐하.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문밖에서 하녀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이카와는 얼빠진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방에서 나왔다. 나선형의 계..
15.“…토비오쨩, 아침부터 왜 그런 열렬한 눈으로 오이카와상을 보고 있어?”“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에서 깨자마자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카게야마를 보고 오이카와가 인상을 쓰자 카게야마는 화들짝 놀라며 떨어졌다. “뭐야, 어제 책에서 나 배신하는 장면이라도 봤어?” 그가 심드렁하게 던진 말에 카게야마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되물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토비오쨩이 갑자기 죄인처럼 내 눈치 볼만한 일은 그것뿐이잖아.”“역시 오이카와상은 훌륭한 세터…!” 카게야마가 진심으로 감탄하자 오이카와의 입술 사이로 피식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토비오쨩은 진짜 한결같네. 이 상황에서도 세터 운운이라니 어떤 의미론 정말 굉장해.”“아뇨, 그 정도까진…….”“칭찬 아니니까 그렇게 수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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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머리 꼭대기에 떠 있던 해가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하말은 떠나는 그들에게 약초 두 뭉치를 건네주었다. 그중 한 뭉치는 독특한 향이 나는 허브였다. 아쉬워하는 알과 타르프에게 나중에 꼭 편지하겠노라 약속하는 세 사람에게 하말이 웃으며 “어차피 같은 상단에 있는 이상 언젠간 또 볼 텐데 뭘 그러나.”라고 말했다. 그들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 오빠가 있어서 불 피울 때 좋았는데.”“뭐, 내가 유능하긴 했지.”“몬스터들 잡을 땐 별 도움이 안 됐지만.”“…아픈 데를 찌르지 말아 줄래?” 타르프가 이를 드러내며 배시시 웃자 오이카와도 미소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세 사람은 타르프가 머리가 새집처럼 되었다며 투덜거리는 걸 들으며 짐을 말에 싣고 안장 위에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