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aron
12.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오이카와의 눈에 비친 건 햇살이 사막의 모래를 닮은 금색으로 윤곽을 덧그리고 있는, 카게야마의 뒷모습이었다. “일어났으면 깨우지 그랬어.” 그가 팔을 쭉 펴고 기지개를 켜며 말하자 침대에 걸터앉아있던 카게야마가 몸을 돌려 그를 쳐다봤다. “깨울 필요가 없으니까요.”“왜?”“로드워크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플란타에 도착했으니 아침부터 출발할 일도 없으니까요.”“하긴.”“이와이즈미상이 저녁때나 출발할 거라 하셨으니 좀 더 주무셔도 됩니다.”“그럼 토비오쨩도 좀 더 자두지그래?”“전 괜찮습니다.” 오이카와는 눈가를 가늘게 좁히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별안간 카게야마의 허리를 끌어안더니, 제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괜찮기는! 오이카와상이 더 자두라는데 말이야!” 갑작스런 오이..
11.카게야마는 속이 좋지 않은 모양인지 아침부터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낙타를 타고도 토하지 않는 게 용할 지경이었다. 가지고 다니는 약초 중에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는 것도 있다며 하말이 잘 말라서 바스락거리는 잎 하나를 내밀었다. “오후면 목적지인 플란타에 도착하니 그때까지만 좀 참아보게.” 대답할 기운도 없는 카게야마는 잎을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 말이 있는 표정으로 그 주위를 계속 맴돌고 있던 오이카와는 타르프가 “소변 마려워요?” 라고 묻자 발끈하며 “아니거든?!” 하고 소리치다, 카게야마가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입을 딱 다물고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머리 위에서 낯선 소리가 들렸다. 혹시 몬스터인가 싶어 하늘을 올려다보자, 날개를 펼치고 창공을 빙빙 돌며 날고 있..
10.건조한 사막의 흙 위로 초록색 풀들이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몬스터의 습격도 눈에 띄게 줄었다. 도시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위협이 준 만큼 캐러밴은 속도가 붙었다. 사막의 해가 떨어지기 직전, 그들은 나무가 없어 시야가 탁 트인 초원 너머로 희끄무레한 것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목민들이 근처에 있나 봐요.”“유목민?”“네. 저 하얀 것들 보이죠? 아마 양일 거예요.”“엄청 많네?”“가족끼리 다니는 유목민들도 있긴 한데, 몬스터가 나오는 이런 곳까지 돌아다닐 수 있는 걸 보니 무리 지어 다니는 유목민일 거예요. 그러니 양도 많을 수밖에요.” 꼭 작은 희고 꽃송이처럼 초원에 점점이 찍혀있던 것들이 가까이 갈수록 동물의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타르프의 말대로 ..
9.드물게 평화로운 날이었다.매일같이 캐러밴을 습격해오던 몬스터들도 오늘은 웬일로 잠잠했다. 혼자서는 몸을 가누지도 못해 타르프와 함께 낙타를 타던 알도 이젠 제법 회복 되었는지 제 낙타에 올라 발을 까딱였다. 알에겐 가끔씩 발이나 손가락을 까딱이며 몸을 작게 흔드는 버릇이 있었는데, 타르프에게서 예전엔 그가 노래를 무척이나 잘 부르는 소년이었다는 걸 들었던 오이카와는 그게 알이 마음속으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매일 오늘 같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이와이즈미가 입을 가린 천이 간지러운지 천 조각을 조금 내리고 콧잔등을 긁으며 말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혹시 폭풍전야라든지 뭐 그런 건 아니겠지?”“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 망할카와.”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손에 공이 없..
8.“위험합니다!” 귓가로 쉬익 하고 바람이 스친다. 뒤늦게 놀라는 낙타를 진정시키며 옆을 보니 언제 튀어나온 건지 모를 커다란 전갈이 화살을 맞고 쓰러져 있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혹시 몰라 화살을 두어 발 더 쏘니 전갈이 몇 번 꿈틀거리다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고 추욱 늘어졌다. “데저트 스콜피온들의 서식지는 좀 더 북쪽일 텐데 왜 이런 곳에….”“요즘 이상하게 이 근방에 안 사는 강한 몬스터들이 많이 나오네요.” 화살을 뽑고 있던 오이카와는 그 대화에 몸을 움찔했다. “…저거 아무래도 나 때문이겠지?”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에게 뽑아낸 화살을 건네며 작게 소곤대자 카게야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뭐가 말입니까?”“강한 몬스터들이 이상할 정도로 습격해 오는 거.”“그게 왜요?”“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