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aron
7.결국 선물을 건넬 타이밍을 놓치고 차에서 내린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백화점 안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쥬얼리샵 세일하네?” 그 말에 카게야마는 미어캣처럼 목을 쭉 빼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한창 20~30대들이 많이 찾는 브랜드의 쥬얼리샵이 세일한다는 문구를 보고는 오이카와의 팔을 꼭 붙잡았다. 사막의 파수꾼 미어캣은 못 되더라도 오이카와의 파수꾼 정도는 되는 모양새였다. “저, 저희 영화 예매부터 해요!”“응? 그럴까?”“네! 예매하고 점심부터 먹어요.”“그래. 내려와서 둘러봐도 되니까.” 오이카와의 주위를 돌리는 데 성공한 카게야마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쥬얼리샵에 제가 고른 것보다 더 예쁘고 오이카와 마음에 드는 게 있기라도 하면 큰일이 아닌가. ..
6.“도착했다아!”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기지개를 쭉 켠 오이카와는 콧노래를 부르며 전원을 꺼둔 휴대전화를 꺼냈다. “으아아! 내 일탈이 벌써 끝나버렸어!”“일탈은 무슨 일탈이에요. 어제 제일 먼저 뻗은 주제에.”“시끄러! 오이카와, 넌 왜 안 왔냐? 어제 재밌었는데.”“에이 주장도 참. 얜 술 잘 안 하잖아요. 담배도 안 피고.”“하긴. 주말이면 일어나자마자 녹즙부터 찾는 건강 청년이지.” 동료들의 놀림에 오이카와는 뒤통수만 긁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합숙에 주말이 끼어있을 때면 늘, 주말 아침마다 카게야마가 갈아주는 녹즙이 없는 게 허전하게 느껴졌다. 정작 집에 있을 땐 써서 먹기 싫다고 매번 불평하는데도. ‘안에 사과라도 좀 같이 넣고 갈아주면 어디가 덧나나? 그럼 맛도 훨씬 나을 텐데.’ 오이..
5.“수고하셨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 운동화 밑창이 체육관 바닥에 미끄러지며 끼익대는 소리와 함께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우르르 빠져나왔다. 주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내려오는 선수들에게 인사하는 오이카와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늘 고생했다.”“감사합니다.”“점프 서브 멋지더라.”“가, 감사합니다!” 자신을 향하는 칭찬에 오이카와는 기쁜 얼굴로 머리를 숙였다. 감독과 주전선수들이 오늘 시합에서 잘한 점과 부족했던 점을 늘어놓는 걸 들으면서 오이카와는 코트 위로 힐끔 눈을 돌렸다. 2대1. 한 세트 이기고 두 세트 졌다. 오이카와는 2세트와 3세트 후반에 핀치서버로 나가서 서브 범실을 한 번, 득점을 한 번 했다. 아쉬운 경기였다. 팀원들이 체육관을 빠져나가면서 그에게 근처 시내라도 둘러보지 않겠느냐..
4.여권을 꼭 쥐고 버스를 기다리며 오이카와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은 오늘따라 더 높게만 느껴져서 그 위를 날 수 있을 거라곤 도무지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하늘 위를 난다. 공항에서 출국 심사를 마칠 때까지도 현실감이 없던 사실이 비행기 좌석에 앉자마자 조금씩 와 닿았다. “힘내자.” 오이카와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 기합을 넣었다. 첫 해외 경기니까 무사히 잘 끝내고 오자. “오이카와.” 기도하듯 양손을 모으고 눈을 꼭 감고 있던 오이카와는 누군가 옆자리에 앉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듣고 눈을 떴다. “…우시와카쨩?!”“우시와카라고 부르지 마라.”“왜 우시와카쨩이 내 옆자리야?! 나 자리 바꿔줘!”“애처럼 굴지 마라 오이카와.”“누가 애처럼 굴었는데?! 누가? 누가 그랬는데?! 난 아닌데?!”“오이..
3.“오이카와상, 일어나서 아침 드세요.”“으으으…머리 아파…5분, 딱 5분만 더…….”“네. 그럼 5분 후에 다시 깨우겠습니다.”“으…….” 오이카와는 잠시 시트에 얼굴을 비비다 천천히 눈을 떴다.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머리가 띵하고 입안도 텁텁한데다 속까지 쓰렸다. 나 어제 얼마나 마신 거지? “일어나셨습니까?”“나 물 좀…….” 그는 카게야마가 떠온 물을 한 번에 들이켜고 마른세수를 했다. “일어나셨으면 아침 드세요.”“주말인데 좀만 더 자면 안 돼…?”“아침 트레이닝 거르시려고요?”“오늘만 쉴래…흐흑…직장인이 주말 아니면 언제 쉬겠어…….”“안됩니다!” 오이카와는 우는 소리까지 내며 침대 위에 엎어졌지만 카게야마는 그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단호하게 말했다. “토비오쨩 잔소리꾼이야.” 결국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