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aron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그리하여 쿠로오와 신전의 음모는 막을 내렸습니다아아-.”“지금 뭐라고 했어?”“아무것도 아냐. 신경 쓰지 마.”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장황한 나레이션이라도 해볼까 생각하던 쿠로오는 곧 그만두고 따분한 듯 하품하며 TV채널을 돌렸다. 「프랑스 보르도에선 와이너리를 샤토(Chateau)라고 부르는데, 성이라는 뜻이죠.」「성이라니 낭만적이네요. 왠지 왕도 있을 것 같고.」 “에이, 재밌는 거 안 하네.”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대던 그는 결국 마지막 채널에서 리모컨을 내려놓고 마룻바닥 위에 엎어졌다. 마지막 채널인 교양 채널에선 와인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 ‘구세계 와인의 대표적인 산지 프랑스 편’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었다. 신문의 칼럼에서 본 적 있는 유명한 와인 평론가가 리포터와 시청자들에게 와인에 대..
20.“누구 한 명이라도 허튼 움직임을 보였다간 카게야마는 끝이야.” 켄마가 지팡이를 땅에 내리꽂자 커다란 검은 구가 허공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안에 카게야마가 쓰러져 있었다. “토비오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아직은 안 했어.” 그가 지팡이를 살짝 휘두르자 구체에서 파지직하고 전기가 튀었다. “하지만 곧 하게 될지도 모르지. 너희가 협력해주지 않는다면 말이야.”“그만둬!” 새파랗게 질린 오이카와가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내딛자 켄마는 싸늘한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움직이지 말라고 했어.” 오이카와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서는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너 미쳤어?!”“말했잖아. 우마왕이 너희 편인 걸 안 이상 내가 카게야마를 해치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텐도의 경악어린 외침에도 켄마는..
19.오래된 나무 계단에선 삐걱이는 소리가 났다. “좋은 아침.”“일어났냐? 커피 마실래?”“응.” 하품하며 계단을 내려온 오이카와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며 익숙한 그림자를 찾았지만 찾는 이의 모습은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았다. “어라? 토비오쨩은?”“방에 있는 거 아녔어?”“아니. 일어나보니 없던데. 밑에 있을 줄 알았는데 못 봤어?”“오늘은 못 봤는데?”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붓던 이와이즈미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 검은 액체가 순식간에 불어났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 건…….”“카게야마님이라면 산책하러 가셨는데.” 커피가 잔에서 흘러넘치기 직전, 하녀의 목소리가 불안을 가라앉혔다. “곧 돌아오시지 않을까요? 식사 준비도 거의 끝나가고.”“그래요? 그럼 다행이네요.” 오이카와는 안도하며 이와이..
18. ∥1월, 쿼크누스 카게야마는 작은 연못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비단처럼 윤이 나는 비늘을 가진 물고기들이 투명한 물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풀잎을 하나 따 연못에 던지니 물고기들이 모여들어 풀을 툭툭 쳐보더니 다시 흩어져 제각기 지느러미를 흔든다. 그는 민트 잎을 입에 물었다. 어쩐지 그리운 향이 난다. “역시 여기 있었군.”“폐하를 뵙습니다.” 아무렇게나 앉아있던 카게야마는 머리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황급히 격식을 차리며 무릎을 꿇었다. “편히 있어도 된다.” 우시지마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카게야마는 편하게 다리를 쭉 펴고 앉았다. “보통은 내가 편하게 앉으라고 해도 괜찮다거나 이게 편하다면서 계속 무릎을 꿇고 있는데 말이지.” 그 말에 카게야마는 쭈뼛거리며 다시 무릎을 꿇으려 들었다. “제가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