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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 성지순례 - 2. 가루마이 편

SaKuya! 2016. 9. 24. 10:19


1. 도쿄 편 ( http://holicxing.tistory.com/81 )





도쿄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밤새 달려 이와테현의 가루마이(軽米町)에 도착했습니다. 



도착 시간은 새벽 5시 40분쯤.


그런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제가 이 여행을 너무 얕봤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미 한 번 성지순례를 다녀온 친구에게 시골이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생각보다 굉장히...시골이었습니다...


일정이 꽤 길었고 겨울이라 옷이 두꺼웠기 때문에 캐리어를 들고 갔습니다만...

일단 버스에서 내리니 짐을 맡길 곳이 없더군요.



물론 친구가 숙소는 또 버스타고 가야하니 따로 짐을 맡길만한 곳이 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역에 코인라커 정도는 있겠지~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내리마자마 굳어버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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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무것도 없다고 듣긴 했는데 정말로 아무것도 없어?????




그렇습니다 여러분.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사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불빛이 보이길래 '아무리 그래도 역사에서 쉴만한 곳 정돈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신나서 달려가보니 자판기 불빛이었습니다.



어두워서 제대로 못 봤는데 자판기 그새끼 분명 빨간색일 거야

선인장 음료나 팔아라 자판기 새끼야



그러나 처음엔 자판기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부들거렸어도 나중엔 다른 의미로 부들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가만히 있어도 추운데 바람도 엄청 붑니다. 

도착한지 10분도 안 돼서 생존을 위해 저 눈밭에서 캐리어를 열어 패딩을 꺼내 입었습니다. 


더 환장할 노릇인 건 가루마이 마을로 가려면 버스 정류장에서 20분 가량을 걸어가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왜 아무도 나에게 이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던 거야



 

 저기 보이는 갔다간 저승에 끌려갈 것 같은 저 꽁꽁 얼어있는 길을 쭉 따라가셔야 합니다.


환장하는 줄 알았음 진짜



저 길을 쭉 따라 드디어 마을 초입에 도착했는데 

도착하자마자 마을에 세워져 있는 스피커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일런트 힐에 온줄



여튼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걸어 마을에 도착했습니다만



저는 이런 마을을



영화에서만 봤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 많이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시골이에요. 아니 뭐는 생각보다 못했냐만은...

위 사진만 보시고 "어 그래도 길 상태 괜찮네."라고 생각하실까봐 한장 더 올립니다.




보통 이정도입니다.


친구 말로는 원래 성지순례 안내 블로그에서도 겨울엔 멧돼지가 나올 수도 있으니 웬만하면 피하라고 했다던데

멧돼지가 문제가 아니라 길이 미끄러운 게 제일 문제였습니다.

펭귄이 아닌 이상 겨울에 가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무거운 캐리어를 질질 끌고 맨 처음 향한 곳은 가루마이 초민 체육관이었습니다.




컬러 일러스트로 나왔던 거기입니다.




쭉 올라오시면 히나타와 카게야마가 처음 만났던 체육관의 모델이 된 가루마이 초민 체육관입니다.

계단에 눈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애니에선 좀 다르게 나왔던 것 같지만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에게 머리를 숙였던 곳도 이곳이 모델.






 가루마이 초민 체육관 바로 옆을 보시면 가루마이 중학교가 보입니다.

여름 합숙이 있었던 신젠고의 모델이 된 학교입니다.






여기까지 본 뒤 다시 캐리어를 들고 마을로 왔습니다.

이제 좀 밝아졌다지만 여전히 가게고 뭐고 전부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그리서 결국 저희는


경찰서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짐을 맡길 곳이...없어.....없어........


조금 기다리니 경찰 아저씨께서 나오셨습니다.

넘 쪽팔려서 걍 계속 캐리어 들고 다닐까 했는데 경찰 아저씨께서 저희를 보고 혹시 하이큐 여행 왔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렇다고 대답하니


"어디서 왔어요?"


라고 물으시는데 차마 거기에 대고


"넹 한국에서 여기까지 아주 새벽같이 온 오따끄예여."


라고 대답하기가 좀...좀...그래서...아니 이미 오타쿠로 봤겠지만 그래도...

그래도....좀 그런 게 있어서 말을 못하고 있는데 친구가


"도쿄에서 왔어요."



 !!!


그렇습니다. 저희는 도쿄에서 버스를 타고 왔으니 도쿄에서 온 것입니다. 저흰 존나게 도쿄에서 왔습니다.

도쿄 시티 걸인 것이에요.



경찰 아저씨께서 멀리서 왔다면서 짐을 맡아주겠다고 말씀하시는데 양심이 좀 찔렸습니다.

실은 더 먼 곳에서 왔는데요.....



여튼 경찰서에 짐을 맡겨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짐도 없어졌겠다 발걸음도 가볍게 카라스노의 모델이 된 학교를 보러 갔습니다.

학교 가는 길은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길이라 그런지 눈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습니다.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자판기가 있는 저 가게가 바로 우카이 감독의 사카노시타 상점(고갯길or언덕길 상점)의 모델이 된 가게








위로 계속 올라갑니다.



히나타가 자전거를 두는 바로 그곳


조금 더 올라가면 카라스노 고교의 모델이 된 현립 가루마이 고교가 나옵니다.



 


는 눈이 다 가림








밖에서 열심히 찍었습니다.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이 인사해와서 얼떨결에 학생들이랑 인사함


카메라 들고 학교 찍고 있다가 그 학교 등교하는 학생들이랑 인사하면 넘나 쪽팔리니 꼭 방학 때 가세요.





하굣길은 이런 느낌이겠군요.





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 봅니다.









연결통로

통로가 익숙해 보여서 찍음








히나타와 카게야마가 열심히 뛰고 있는 길 옆의 언덕

로망의 숲 입구라네요.




학교 구경을 끝내고 마을 회관 쉼터 쪽으로 가는데 주민 분들이 반갑게 인사해주셨습니다.


"하이큐상? 하이큐상 데스까?"


하시면서.....



하이큐상 떠올리니 또 숨고 싶어짐




아까까지 열심히 사진 찍으면서 뫄뫄쨩! 거린 학교의 학생들과 순수한 유치원생들과 친절한 아주머니들의 반가운 "하이큐상?"에 HP가 제로가 되어버린 저희는 회관에 넋놓고 앉아 가게들이 문을 열 시간만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앉기가 무섭게 아주머니 한 분이 저희를 이리 오라고 데려가시더라고요.

회관 바로 맞은편에 사시는 분이셨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저희가 회관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부르러 오셨다고...


하이큐 성지순례를 간 사람들이나 경찰 분께 휴게소가 있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휴게소라길래 정말 휴게소인 줄 알았는데 막상 안에 들어가보니 가정집이었습니다.  집안엔 하이큐 굿즈며 쿠션이며 액자에, 작가님이 그린 그림까지 걸려있었습니다. 


그 집뿐만 아니라 거리를 걷다보면





이렇게 마을 곳곳에서 하이큐 굿즈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저희를 주워가신 아주머니는 춥지 않냐면서 코타츠를 켜주시고 몸 녹이라면서 따뜻한 차를 주시고 밥은 먹었냐면서 우동을 주시더니 밥까지 먹으라고 주시고 간식에 사과에 하이큐 쿠키까지 선물로 주시더라고요.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니 여긴 굉장한 시골 마을이라 하이큐 작가님은 마을의 자랑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작가님이 상을 탔을 때 마을에서 잔치까지 열었다고. 이런 시골 마을까지 하이큐 팬들이 와주는 게 고마워서 하이큐 팬들이 오면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댓가도 없이 하이큐 팬들에게 차에 식사에, 심지어는 날씨가 안 좋을 때면 차로 직접 가고 싶다는 곳까지 데려다주신다고...


덕분에 날이 완전히 밝을 때까지 푹 쉴 수 있었습니다. 주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근데 제가 일본어를 잘 못 해서 거기서 실은 한국에서 와서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다고 실토해버림 흐흑






잘 쉬고 나서 간 곳은 작가님의 형제분께서 하신다는 후루다테 제면소입니다.






기념품으로 산 소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켄마와 쿠로오가 대화했던 다리가 있습니다.

길이 너무 살벌해서 차마 가까이 가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또 얼어붙은 길을 걷고 걸었습니다.

인도는 정말 지나다닐 수가 없을 정도로 얼고 눈이 쌓여 있어서 차도 구석으로 조심조심 걸어야했습니다.

겨울에 가지 마요....







덜덜 떨며 도착한 곳은 히나타와 켄마가 처음 만난 장소


이거 보려고 험난한 길을 20분 넘게 걸어감




봤으니 이제 길을 돌아가서 시마다 마트의 모델이 된 타케자와 스토어로 갑니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히나타, 츠키시마, 야마구치




안에 들어가시면 이렇게 코너 위에 하이큐 굿즈들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야마구치 코너



실제로 가보시면 옆에 앞치마를 입은 야마구치도 있습니다.



둘러볼 곳은 가루마이 식당을 제외하곤 다 둘러본지라 경찰서에서 짐을 찾아서(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침엔 비어있던 회관에 사람들이 꽤 많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하이큐상에게 시선집중<<<<


그래도 이쯤되니 면역이 좀 생길...수도 있었는데 테이블에 앉아있던 남학생들이 저희를 보며 수군거리더니


"(손가락질하며) 하이큐?"

"(끄덕끄덕) 하이큐!"


"오~오타쿠~!"



........................


죽어버리면 면역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고로 식당에 좀 일찍 가서 점심이나 먹기로 했습니다.



가루마이 식당입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가까운 편입니다.






이 차의 모델이 저 차라고 들은 것 같은데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가게 내부입니다.




하이큐 라면이 있길래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시켰습니다.




양이 제법 많습니다.


다 먹고 잠시 쉬면서 화장실에 간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가게 주인분께서 오시더니 뭐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근처에 OO가 있으니 시간만 괜찮으면 꼭 가보라고 하시는데 제가 그 OO을 못 알아들으니 사진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커다란 카라스노 응원 현수막이었습니다.




바로 이걸 만들어서 전시해뒀으니 꼭 보고 가라고


친구에게 말해보겠다고 한 뒤 돌아온 친구와 함께 식당을 나오니 시간도 애매하고 근처 현수막이 있음 보고 가고 싶은데 어디에 현수막이 있는건지 정확히 몰라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가게 주인분께서 달려 나오셔서는 따라 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현수막이 있는 곳까지 직접 안내해주셨습니다.




저희는 현수막이 바깥에 걸려 있는 건 줄 알았는데 건물 안에 있었습니다.

굉장히 큰 현수막이었던지라 뒤에 있는 건 한컷에 다 담지도 못함





현수막을 만들 때의 사진까지 보여주시면서 이것저것 설명해주시고 사진까지 찍어주셨습니다.




현수막 외에도 여기저기 굿즈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킨다이치 온천으로 가는 버스가 하루에 세 번인가 네 번밖에 없는지라 

아쉽지만 다들 너무나 친절하셨던 가루마이를 뒤로 하고 킨다이치 온전으로 출발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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