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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aron
- 2부는 FHQ설정을 기반으로 진행되나, FHQ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캐릭터들이나 비중이 있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1.한여름인데도 북쪽 바닷가에 위치한 트라스 지방은 거리마다 눈처럼 하얀 것이 내리 앉아 있었다. 논처럼 구획을 나눠둔 토지엔 풀 한 포기 없이 물만이 찰랑였고, 그중 몇 개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빵처럼 노릇한 갈색 땅 위에 흰 소금이 가득했다. 염전이었다. 약간 빛이 바랜 흰 망토를 두른 한 사내는 염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말을 타고 달리고 있었다. 사내의 가슴팍엔 비둘기 모양의 엠블럼이 달려있었는데, 그 또한 소금처럼 흰색이었다. 염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허름한 민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는 작은 광장 옆에 위치한 초라한 3층짜리 목조건물 앞에서 멈춰 섰..
9.연습에 들어가기 전, 카게야마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주말 동안 푹 쉰 덕에 허리나 엉덩이 쪽의 통증은 더는 남아있지 않았다. 오히려 푹 쉬어도 너무 푹 쉬어서 몸이 찌뿌둥할 정도였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가볍게 워밍업을 하기 위해 러닝 기계에 오르자, 비어있던 옆 기계에 우시지마가 오르며 인사했다. “…좋은 아침이다.”“좋은 아침입니다, 우시지마상. 오늘부터 다시 같은 팀이네요.”“그래. 다시 한번 잘 부탁한다.”“저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카게야마가 기계를 세팅하고 스위치를 누르자 우시지마도 따라서 스위치를 눌렀다. 그는 걸으면서 자꾸만 카게야마를 힐끔거렸다. “…카게야마,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오오! 왔다! 일찍 왔네! 우시와카 재팬!” 계속 망설이던 우시지마가 입을 열기가 무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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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결국 선물을 건넬 타이밍을 놓치고 차에서 내린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백화점 안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쥬얼리샵 세일하네?” 그 말에 카게야마는 미어캣처럼 목을 쭉 빼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한창 20~30대들이 많이 찾는 브랜드의 쥬얼리샵이 세일한다는 문구를 보고는 오이카와의 팔을 꼭 붙잡았다. 사막의 파수꾼 미어캣은 못 되더라도 오이카와의 파수꾼 정도는 되는 모양새였다. “저, 저희 영화 예매부터 해요!”“응? 그럴까?”“네! 예매하고 점심부터 먹어요.”“그래. 내려와서 둘러봐도 되니까.” 오이카와의 주위를 돌리는 데 성공한 카게야마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쥬얼리샵에 제가 고른 것보다 더 예쁘고 오이카와 마음에 드는 게 있기라도 하면 큰일이 아닌가. ..
6.“도착했다아!”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기지개를 쭉 켠 오이카와는 콧노래를 부르며 전원을 꺼둔 휴대전화를 꺼냈다. “으아아! 내 일탈이 벌써 끝나버렸어!”“일탈은 무슨 일탈이에요. 어제 제일 먼저 뻗은 주제에.”“시끄러! 오이카와, 넌 왜 안 왔냐? 어제 재밌었는데.”“에이 주장도 참. 얜 술 잘 안 하잖아요. 담배도 안 피고.”“하긴. 주말이면 일어나자마자 녹즙부터 찾는 건강 청년이지.” 동료들의 놀림에 오이카와는 뒤통수만 긁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합숙에 주말이 끼어있을 때면 늘, 주말 아침마다 카게야마가 갈아주는 녹즙이 없는 게 허전하게 느껴졌다. 정작 집에 있을 땐 써서 먹기 싫다고 매번 불평하는데도. ‘안에 사과라도 좀 같이 넣고 갈아주면 어디가 덧나나? 그럼 맛도 훨씬 나을 텐데.’ 오이..
5.“수고하셨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 운동화 밑창이 체육관 바닥에 미끄러지며 끼익대는 소리와 함께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우르르 빠져나왔다. 주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내려오는 선수들에게 인사하는 오이카와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늘 고생했다.”“감사합니다.”“점프 서브 멋지더라.”“가, 감사합니다!” 자신을 향하는 칭찬에 오이카와는 기쁜 얼굴로 머리를 숙였다. 감독과 주전선수들이 오늘 시합에서 잘한 점과 부족했던 점을 늘어놓는 걸 들으면서 오이카와는 코트 위로 힐끔 눈을 돌렸다. 2대1. 한 세트 이기고 두 세트 졌다. 오이카와는 2세트와 3세트 후반에 핀치서버로 나가서 서브 범실을 한 번, 득점을 한 번 했다. 아쉬운 경기였다. 팀원들이 체육관을 빠져나가면서 그에게 근처 시내라도 둘러보지 않겠느냐..
4.여권을 꼭 쥐고 버스를 기다리며 오이카와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은 오늘따라 더 높게만 느껴져서 그 위를 날 수 있을 거라곤 도무지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하늘 위를 난다. 공항에서 출국 심사를 마칠 때까지도 현실감이 없던 사실이 비행기 좌석에 앉자마자 조금씩 와 닿았다. “힘내자.” 오이카와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 기합을 넣었다. 첫 해외 경기니까 무사히 잘 끝내고 오자. “오이카와.” 기도하듯 양손을 모으고 눈을 꼭 감고 있던 오이카와는 누군가 옆자리에 앉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듣고 눈을 떴다. “…우시와카쨩?!”“우시와카라고 부르지 마라.”“왜 우시와카쨩이 내 옆자리야?! 나 자리 바꿔줘!”“애처럼 굴지 마라 오이카와.”“누가 애처럼 굴었는데?! 누가? 누가 그랬는데?! 난 아닌데?!”“오이..
3.“오이카와상, 일어나서 아침 드세요.”“으으으…머리 아파…5분, 딱 5분만 더…….”“네. 그럼 5분 후에 다시 깨우겠습니다.”“으…….” 오이카와는 잠시 시트에 얼굴을 비비다 천천히 눈을 떴다.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머리가 띵하고 입안도 텁텁한데다 속까지 쓰렸다. 나 어제 얼마나 마신 거지? “일어나셨습니까?”“나 물 좀…….” 그는 카게야마가 떠온 물을 한 번에 들이켜고 마른세수를 했다. “일어나셨으면 아침 드세요.”“주말인데 좀만 더 자면 안 돼…?”“아침 트레이닝 거르시려고요?”“오늘만 쉴래…흐흑…직장인이 주말 아니면 언제 쉬겠어…….”“안됩니다!” 오이카와는 우는 소리까지 내며 침대 위에 엎어졌지만 카게야마는 그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단호하게 말했다. “토비오쨩 잔소리꾼이야.” 결국 강..
2.토요일 저녁의 번화가는 수많은 불빛들로 물들어 있었다. 제각기 다른 모습의 세로로 긴 불빛, 가로로 긴 불빛, 시시각각 색을 바꾸는 불빛, 동그란 빛을 빙 두르고 있는 불빛이 늘어선 거리는 한밤중이라도 대낮처럼 환했다. 빛나는 간판들이 쭉 이어지는 길을 걷던 두 사람은 빨간 일본식 등이 문 앞을 장식하고 있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이! 오이카와, 카게야마! 여기야!” 조금 어둑한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이와이즈미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그들을 불렀다. “오랜만입니다, 이와이즈미상. 많이 기다리셨습니까?”“아니 나도 방금 왔어. 그동안 잘 지냈냐? 오이카와 녀석이 괴롭히지는 않든?”“안 괴롭히거든?!”“일단 간단하게 맥주랑 연두부 시켜놨으니 곧 올 거야. 거기 메뉴판 보고 더 먹고 싶은 거 더 시..
1. “오이카와상, 이와이즈미상은 잘 만나고 오셨습니까?”“있지, 내 말 좀 들어봐~ 나 엄~청 맞을 뻔했어!”“맞을만한 짓을 하셨나보군요.”“…토비오쨩은 누구 애인이에요?”“그야 물론 오이카와상의 애인입니다!”“대답은 잘해요. 대답은.” 오이카와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툴툴대자 카게야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이카와상 삐치셨습니까?”“내가 삐쳐? 왜애애? 토비오쨩이 애인인 오이카와상 대신 이와쨩 편만 들어서어?”“딱히 편든 건 아니었는데……….”“그렇겠지! 딱히 편든 건 아니겠지! 오이카와상은 언제나 이와쨩한테 맞을 짓이나 하고 다니는 어린애 같은 인간이네요!”“그, 그런 의도로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그래, 그래. 그러시겠지. 흥!” 오이카와가 이마에 ‘나 토라졌음’을 잔뜩 써 붙인 듯한 얼굴로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