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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다이나믹 토오루!

[오이카게] 다이나믹 토오루!-overture- 1부-2

SaKuya! 2015. 11. 30. 20:04



2.

요일 저녁의 번화가는 수많은 불빛들로 물들어 있었다. 제각기 다른 모습의 세로로 긴 불빛, 가로로 긴 불빛, 시시각각 색을 바꾸는 불빛, 동그란 빛을 빙 두르고 있는 불빛이 늘어선 거리는 한밤중이라도 대낮처럼 환했다. 


빛나는 간판들이 쭉 이어지는 길을 걷던 두 사람은 빨간 일본식 등이 문 앞을 장식하고 있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이! 오이카와, 카게야마! 여기야!”


조금 어둑한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이와이즈미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그들을 불렀다.


“오랜만입니다, 이와이즈미상.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아니 나도 방금 왔어. 그동안 잘 지냈냐? 오이카와 녀석이 괴롭히지는 않든?”

“안 괴롭히거든?!”

“일단 간단하게 맥주랑 연두부 시켜놨으니 곧 올 거야. 거기 메뉴판 보고 더 먹고 싶은 거 더 시켜. 계산은 오이카와 녀석이 할 거야.”

“네. 감사합니다!”

“잠깐, 왜 내가 내?!”

“이번에 대표 팀에 들어갔잖아. 한턱 내. 저기요! 여기 주문이요.”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가 뭐라 하기도 전에 냉큼 종업원을 부르고, 카게야마 앞에 손수 메뉴판을 펼쳐주었다.


“뭐 먹을래?”

“저는 모둠꼬치요.”

“오이카와 너는?”


종업원이 주문표를 들고 자신을 바라보자 오이카와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달걀찜이랑 고로케 세트.”

“맥주 말고 다른 술도 더 시킬까?”

“아니 괜찮아.”

“저도 괜찮습니다.”


두 사람이 고개를 젓자 이와이즈미가 주문을 마쳤다.


“그럼 이렇게만 추가해주세요.”

“네. 주문 확인하겠습니다. 모둠꼬치랑 달걀찜, 고로케 세트 추가하시는 거 맞으시죠?”

“네.”

“먼저 주문하신 맥주 먼저 준비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종업원이 가자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와 카게야마의 컵에 손수 물을 따랐다. 선배가 몸소 물을 따라주다니 황송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카게야마를 보고 오이카와는 미간을 좁혔다. 아니, 집에서 내가 매일 물 따라주는데…….


“전에는 제대로 축하도 못 해줘서 미안하다. 대표 팀 들어간 거 축하한다, 오이카와.”

“뭐, 당연한 거지!”

“유스도 못 들었던 놈이 허세는.”

“…중요한 건 지금이지 과거가 아니야 이와쨩!”

“맥주 나왔습니다!”


오이카와가 항의하려 들자마자 종업원이 테이블 위에 맥주 석잔을 내려놓는 바람에 흐름이 끊겼다. 아무래도 이 가게랑은 안 맞는 것 같다고 투덜대는 오이카와를 무시하고 종업원이 “안주 준비되는 대로 드릴게요.”라며 돌아가자 이와이즈미가 유쾌한 표정으로 잔을 들었다.


“그래. 네 말대로 중요한 건 지금이지.”


그는 잠시 잔을 들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오이카와와 카게야마가 잔을 들자 입을 떼고 물었다.


“축사 내가 해도 되냐?”

“그래.”

“물론입니다.”


허락이 떨어지자 그는 이를 드러내며 씩 웃고는 잔을 높이 들고 외쳤다.


“오이카와가 대마왕이 되지 않는 미래를 위하여!”

“…이와쨩 죽을래?!”

“위하여?”

“토비오쨩은 뭘 또 따라 하고 있는 거야?!”


이와이즈미는 씩씩대는 오이카와의 어깨 위에 팔을 올려놓으며 킬킬댔다.


“따라하면 좋지 뭐. 카게야마도 네 ‘그걸’ 위해 노력하겠다고 건배하잖아.”

“그게 뭔데요?”

“토, 토비오쨩은 몰라도…아니지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오이카와는 버럭 소리를 치고는 맥주를 쭉 들이켰다. 종업원이 안주들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늘어놓자, 그는 카게야마의 시선을 괜히 피하면서 달걀찜을 퍼먹기 시작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카게야마는 ‘그게’ 무엇인지 다시 물었지만 오이카와는 교묘하게 계속 대답을 회피하며 말을 돌렸다. 그리고 카게야마가 그 주제에 대해 완전히 까먹었을 때쯤엔 세 사람 모두 술에 혀가 적당히 풀려 다른 주제로 기분 좋은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서너 시간정도 지났을까. 추가로 시킨 술도 거의 다 바닥나고 안주도 다 먹었을 때쯤, 카게야마가 마지막 남은 꼬치를 입에 넣으며 이와이즈미를 바라봤다.


“저, 이와이즈미상. 전부터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물어봐도 됩니까?”

“뭔데?”

“배구는 왜 그만두신 겁니까?”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의 물음에 “음…….”하며 잠시 생각한 뒤 매끈한 턱을 쓰다듬었다.


“딱히 그만둔 건 아닌데. 지금도 취미로 계속하고 있고.”

“실업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왔었는데 거절하셨잖아요.”

“그야 그렇지.”

“왜 그만두셨습니까? 제가 이와이즈미상에게 토스를 올린 건 겨우 대학교 때 2년 정도뿐이지만 그래도 그만두기엔 아까운 실력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이와이즈미는 잔에 남아있는 술을 입안에 털어버리고 카게야마에게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만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 있거든.”

“배구보다도요?”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그 연장선이라고 할 수도 있고.”


이와이즈미는 아까까지만 해도 “토비오 왕은 오이카와상의 마음을 모른다!”며 주정을 부리다가 뻗어버린 오이카와의 등을 쳐다봤다. 


“물론 미련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리고 눈길을 돌려 다시 카게야마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고 말할 거야. 난 할 수 있는 걸 할 만큼 했으니까. 뭣보다 내 배구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는 오이카와를, 그리고 카게야마를 번갈아 보며 씩 웃었다.


“내가 부탁하면 너희는 언제든 나에게 토스를 올려줄 거고, 난 너희의 토스를 받을 거야. 그렇지?”

“물론입니다!”

“그래. 그러면 우리는 계속 같은 코트 위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야.”


이와이즈미는 오랜만에 만난 카게야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옆자리에 쓰러져있는 오이카와가 “바보, 바보”하고 주정을 부리고 있었다. 누굴 보고 바보라는 건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나도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네. 하세요.”

“고맙다.”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몰라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를 보고 눈만 깜빡였다. 이와이즈미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조금 붉혔다.


“그냥…전부터 이 말이 꼭 하고 싶었어.”

“뭐가 고맙다는 겁니까?”

“…이런 오이카와 놈을 좋아해줘서.”

“오이카와상은 훌륭한 세터인데요.”


대답은 칼같이 돌아왔다.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뭐라고 해야 하나…여러 가지로……….”


이와이즈미는 뺨을 긁적였다.


“…예를 들면…중학교 때만 해도 오이카와 녀석이 널 때릴 뻔했잖아.”

“그런 일도 있었죠.”

“너 그때 하마터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 아무리 중학생 때였다지만 저 녀석 운동선수라고.”

“이와이즈미상이 막아주셨잖아요.” 


너무나도 태연한 어조였기에 이와이즈미는 결국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 다음에도 오이카와가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 내가 말려줄 테니까.”


이와이즈미는 마지막으로 물을 한 잔 들이켜면서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


“슬슬 일어날까?”


카게야마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와이즈미는 짐을 챙겼다. 그리고 잠든 오이카와의 다리를 불친절한 태도로 툭툭 쳐서 깨웠다.


“야, 오이카와! 얌마! 일어나!”

“으으…5분만…….”

“5분은 뭐가 5분이야? 빨리 못 일어나?”

“일어나세요. 집에 가야죠.”

“으응…….”


이와이즈미가 억지로 일으켜 세우자 오이카와는 어느새 옆으로 온 카게야마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칭얼댔다.


“졸려…….”

“집에 가서 주무세요.”

“응…….”

“오이카와, 계산 네 카드로 한다?”

“응…….”


제 지갑을 꺼내 가는 데도 병든 닭처럼 고개만 끄덕이는 오이카와를 보고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녀석 완전히 취해서 맛 갔나 보네.”

“응…….”

“오이카와 토오루는 재수 없는 녀석이다.”

“응…….”

“맛 갔네. 좋았어, 지금이다. 이 녀석 카드로 계산하고 온다.”

“네.”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지갑에서 카드 꺼내 희희낙락거리며 계산대로 향하는 걸 말리지도 않고 보고 있던 카게야마는 순간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제 어깨에 기대고 있는 오이카와를 보며 기대감 가득 담긴 음성으로 말했다.


“오이카와상, 서브 가르쳐주세요!”


지금 취하셔서 무조건 응이라고 대답하시니까 서브를 가르쳐달라고 해도 응이라고 하실 거야! 카게야마는 제 재치에 감탄했으나, 오이카와는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시러…바부…….”


카게야마의 기대와는 달리 오이카와는 서브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고개를 저었다. 계산을 끝낸 이와이즈미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오이카와의 지갑에 다시 카드를 넣어주었다.


“조건반사냐?”

“응…….”

“나한테도 서브 가르쳐줘봐라.”

“시르어…바부…”

“얼씨구?”

“역시 오이카와상은 굉장해…….”


이와이즈미는 혀를 차고 카게야마는 감탄했다. 오이카와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응.”




비틀거리는 오이카와를 데리고 밤거리로 다시 나오자, 취한 탓인지 생각보다 쌀쌀한 공기가 피부를 스쳤다. 오이카와는 몸을 바르르 떨면서 카게야마에게 더 달라붙었다.


“콜택시 부를게.”

“감사합니다.”


이와이즈미가 콜택시를 부르기 위해 통화를 하는 동안 카게야마는 건물 벽에 등을 기댄 채로 거의 자고 있는 수준인 오이카와가 쓰러지지 않게 부축하고 있었다.


가게로 들어갈 때와는 달리, 술집이나 편의점을 제외한 간판들의 불이 이제는 거의 꺼져있었다. 아직 빛이 새어 나오는 편의점의 유리 벽엔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이와이즈미를 기다리며 카게야마는 광고들을 슥 훑어보았다. 


“국수 먹고 싶다.”

“으응…….”


지금 1+1행사 중이라는 국수 상품 광고를 보고 카게야마가 중얼거리자 오이카와가 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서브 가르쳐달랄 때는 응이라고 안 하시더니.”

“시러어…바부…….”

“오이카와상은 술 취하셨어도 성격 나쁩니다.”

“응…….”

“카게야마, 택시 불렀어.”

“감사합니다.”

“응…….”

“이 녀석 혼자 데리고 갈 수 있겠냐? 도와줄까?”

“괜찮습니다.”

“응…….”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오이카와를 보고 혀를 차던 이와이즈미는 콜택시가 오자 손수 문까지 열어주며 카게야마를 배웅했다.


“조심해서 들어가고, 집에 도착하면 도착했다고 전화해라.”

“응…….”

“네.”


카게야마는 택시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한 뒤, 저에게 쓰러지다시피 하는 오이카와의 머리를 제 무릎에 뉘였다. 창문 너머로 캄캄한, 혹은 불빛이 일렁이는 거리를 몇 개인가 지나자 익숙한 장소가 나왔다.


“도착했습니다, 손님.”


카게야마는 택시비를 낸 뒤 아직도 곯아떨어져 있는 오이카와를 흔들어 깨웠다. “오이카와상, 일어나세요. 집에 다 왔어요.” 


겨우겨우 오이카와를 일으켜 택시를 내리자 택시기사가 인사했다.


“고생하시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감사합니다.”


술에 취해 평소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지는 오이카와를 집까지 질질 끌며 데려와 침대 위에 눕혀두고 이와이즈미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자, 그때까지 축 처져있던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오이카와상, 잠깐만요.”

“으응.”


평소에도 힘으로 밀리는데 취하기까지 하니 아주 장사가 따로 없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팔을 떼어놓는 걸 포기하고 주머니를 뒤져 휴대전화를 꺼냈다.


「여보세요? 카게야마? 잘 들어갔냐?」

“네. 방금 들어왔습니다.”

「그래. 오늘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 오이카와 녀석 챙기느라 고생했으니 푹 쉬어라.」


카게야마는 아직도 저를 놓지 않고 있는 오이카와의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불편하지 않게 귀 뒤로 넘겨주며 대답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요 뭘. 이와이즈미상도 푹 쉬세요.”

 「그래. 잘 자라.」

“안녕히 주무세요.”


전화를 끊은 카게야마는 휴대전화를 침대 근처 서랍장 위에 올려놓았다. 씻고 싶었지만 오이카와가 그를 단단히 붙들고 있었기에 카게야마는 어쩔 수 없이 대충 양말만 벗고 침대 위에 몸을 뉘었다. 오이카와상 양말도 벗겨줘야 하는데. 그가 몸을 다시 일으키려하자 오이카와가 그를 더 세게 확 끌어안았다. 카게야마는 눈을 깜빡였다. 팔 안을 빠져나가려 해봐도 꼭 끌어안고 도무지 놔주질 않아서 카게야마는 빠져나가는 걸 포기하고 오이카와의 잠든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오이카와는 좋은 꿈이라도 꾸는지 입가를 올린 채 쌔근쌔근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졸음이 쏟아져서 카게야마는 저도 모르게 까무룩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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