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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다이나믹 토오루!

[오이카게] 다이나믹 토오루!-overture- 프롤로그

SaKuya! 2015. 11. 28.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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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화를 귀에 댄 채로 전철에서 내리던 이와이즈미는 후덥지근한 공기에 끙하는 신음을 냈다. 여름이 다가와 있었고, 도쿄는 미야기보다 조금 더 덥고, 조금 더 많이 분주했다. 평일인데도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꺼풀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느릿하게 깜빡였다. 

그러나 그도 잠깐, 휴대전화 너머로 들리는 말소리에 대답 하며 걷고 있으려니 누군가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 


“이와쨩! 여기야 여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커다랗고 새카만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장신의 남자가 요란하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좀 있다 다시 연락할게.”


통화 중이던 이와이즈미는 사내의 곱슬한 갈색 머리칼을 보자마자 반색을 표하며 작은 캐리어를 끌고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여 오이카와! 오랜만이다!”


손을 흔들어주자 울먹이기까지 하며 자신에게 달려오는 오랜 친구를 보고 있으려니 이와이즈미는 코끝이 찡해졌다. 뭐야 짜식, 울 정도로 반갑나? 쑥스럽게. 하긴 오랜만이긴 하지.


“엄마 정말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와이즈미의 감동은 3분을 채 가지 못하고 푸수수 사그라들었다.


“뭐 임마아아아? 죽고 싶냐?!”


그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면서 주먹을 쥐는 걸 본 사내가 주춤하며 장난 섞인 과장된 몸짓으로 두 손을 절레절레 흔든다.


“미안, 미안~.”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이와이즈미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리자, 사내도 따라 웃으며 선글라스를 살짝 들어 올렸다. 

아주 오래전부터 보아온 갈색 눈동자가 반짝하고 빛났다.


“진짜 오랜만이다.”

“그래 임마.”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주먹 쥔 손에 제 주먹을 부딪쳤다. 꼭 예전으로, 함께 배구를 하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근데 선글라스는 왜 끼고 왔냐?”

“왜냐니? 평범한 이와쨩과는 달리 오이카와상은 유명인이니까!”

“퍽이나”

“진짜거든?! 나 이번에 대표로 뽑힌 거 이와쨩도 알잖아!”


이와이즈미의 타박에 오이카와는 억울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셔츠 깃을 세우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지금도 여기 어딘가에 내 팬이나 파파라치가 숨어있을 수도…!”

“얼씨구? 아직 주전도 아닌 놈이.”

“이와쨩은 여전히 잔소리가 심하네! 곧 주전 세터도 될 거거든!?”

“너는 여전히 자의식 과잉이고.”


전처럼 티격 대며 역을 나오자 한낮의 햇살이 그들을 비췄다. 눈이 부신지 눈가를 가늘게 접으면서도, 이와이즈미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햇빛 좋네.”

“난 잘 모르겠는데….”


오이카와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이와이즈미는 그의 등을 너무 세지 않게 한 대 툭 치며 말했다.


“선글라스 같은 걸 끼고 있으니 당연히 모르지. 좀 벗지 그러냐? 거추장스럽지도 않냐?”

“선글라스가 어때서? 이와쨩은 역시 패션도, 유명인의 기분도 모르네요~!”




투덜거리던 오이카와는 결국 차 안에 들어가서야 커다란 선글라스를 벗었다. 

선글라스를 안경집에 넣고 내비게이터를 켜자, 내비게이터가 “목적지를 선택하세요.”라고 말한다.


“어디로 갈까? 바로 오피스텔로 갈 거야? 아니면 한잔하고 갈래?”


차에 주렁주렁 달린 인형들이나 탈취제, 카게야마와 찍은 사진 따위를 보며 이와이즈미가 대답했다.


“오늘은 그냥 일찍 들어가서 짐정리나 하려고. 다음에 카게야마까지 셋이서 한잔하자.”

“음…그래…….”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갑자기 손을 멈추고 시무룩해하는 걸 본 이와이즈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러냐? 카게야마랑 또 싸우기라도 했어?”

“아니 그건 아니고….”

“너희 사귄지 벌써 5년도 넘은 것 같은데 아직도 싸울 게 남아있긴 하냐?” 


사귀기 전까지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던 두 사람은, 사귀기 시작한 후부터는 대놓고 날을 세우지는 않아도 여전히 아옹다옹 다투곤 했다. 이번에도 아마 그런 것이리라고 으레 짐작한 이와이즈미는 혀를 쯧쯧 차며 일단 오이카와를 나무라고 봤다.


“뭣 때문에 싸운 건진 몰라도 네가 연상이고 선배니까 먼저 사과해.”

“아니, 아니, 싸운 거 진짜 아니라니까?”

“엥? 싸운 게 아님 뭔데 그래?”

“그게…사실은…….”


오이카와는 그답지 않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 곁눈질로 이와이즈미의 눈치를 살피기까지 했다. 계속 머뭇거리던 그는 이와이즈미가 빨리 말하라는 듯 한쪽 눈썹을 치켜들자 한숨을 쉬었다.


“…아냐. 아무리 이와쨩이라도 이건 말 못 해.”

“뭔데 그래?”

“말 못 한다니까?”

“답답하게 그러지 말고 빨리 말해라?”


계속되는 재촉에 오이카와는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비장함이 가득 담긴 얼굴로 뒷좌석에 앉아있는 이와이즈미와 눈을 마주쳤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심각해 보였기에, 이와이즈미는 자신도 모르게 좌석에 기대고 있던 몸을 앞으로 숙이고 오이카와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5년이야.”

“응?”

“나랑 토비오쨩이 사귄지도 벌써 5년이 넘었다고.”

“그렇지. 근데 그게 왜?”

“…5년 넘게 사귀었는데 아직도 그걸 못 했어.”

“그거?”

“그거 말이야, 그거!”

“그러니까 그게 뭔지 말해줘야 할 거 아냐!”


오이카와는 마른 침을 한 번 삼키고 개미만한 소리로 속삭였다.


섹스

“뭐? 안 들리니까 큰 소리로 말해.”

섹스!!!”


답답해진 이와이즈미가 다그치자 오이카와는 결국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그 단어를 외치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단어에 놀란 이와이즈미가 입만 뻐끔거리고 있자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오이카와는 저질러버리고 만 것이다. 


“아니, 이와쨩이 자꾸 다그쳐서 나도 모르게 크게…말해버렸네…….”


저지른 말을 주워 담는 건 저지르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


그래서 그는 기왕 저지른 김에 좀 더 칭얼거리기로 했다.


“그, 그렇지만 난 정말 심각하다고! 우리 둘 다 성인이 된 지가 언젠데!”

“그딴 거…”

“응?”

“그딴 걸 왜 나한테 말해 이 쿠소카와!!”

“아야! 왜 때려!”


한 대 맞은 오이카와가 억울한 듯 눈을 부릅뜨자 이와이즈미도 지지 않고 그의 눈을 마주 보고 눈꼬리를 치켜뜨며 따졌다.


“내가 너희 성생활까지 알아야겠냐고!”

“네가 물어봤잖아!”


한껏 서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오이카와는 별안간 좋은 생각이 난 듯 눈을 빛내며 이와이즈미의 손을 덥석 잡았다.


“맞아! 내 비밀도 알아버렸겠다, 나 좀 도와줘!”

“뭘 어떻게 도와줘?! 너희끼리 알아서 하라고!”

“알아서 하고 싶어도 그게 안 되니까 이러는 거 아냐!”


오이카와는 아까 이와이즈미에게 맞은 뒤통수를 문지르며 소리를 빽 질렀다.


“알아서 할 수 있었으면 벌써 했지! 이대로라면 서른 살이 되어도 못 한다고!? 계속 동정이라고!? 애인도 있는데! 상담이라든가 조언이라든가 해줄 수 있잖아!”

“그딴 건 내 알 바 아니…잠깐, 동정? 누가? 설마 네가?!”


의심의 눈초리로 오이카와를 흘겨보던 이와이즈미가 얼굴을 찡그리다, 곧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네 녀석…누구와 사귀어도 한 달을 채 못 가고 차였지.”

“여, 여기서 그, 그, 그 얘기가 왜 나와?! 그리고 나 차인 거 아니야! 내가 너무 순정파라 첫사랑을 잊질 못하니까 다들 날 놔준 거라고!”

“아니 그건 아닐걸. 명백히 차인 걸걸. 너도 나중에야 눈치 챈 감정을 걔들이 무슨 수로 알았겠냐? 그냥 맨날 배구만 해서 차인 거야.”

“그, 그런 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니까 넘어가고!”


오이카와는 자신이 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음, 이건 중요한 게 아니고말고!”하고 되뇌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와이즈미를 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중요한 건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쭉 토비오쨩과 그거를 못 할 것 같다는 거야!”

“아, 그래.”


이와이즈미는 건성으로 대꾸했고, 오이카와는 언성을 높였다.


“이건 무척 중요한 일이야!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동정이면 남자는 마법사가 되어버린댔어! 이와쨩은 마법사 예약이겠지만 난 싫어!”

“…죽고 싶냐?”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오이카와상도 마법사가 되어버릴 거야! 난 모태솔로인 이와쨩과 달리 꽃미남에 일본 대표로 뽑힐 정도로 능력도 좋으니까 마법사가 되면 대마법사쯤 되지 않을까?”

“대마법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야, 너 그냥 나한테 시비 걸려고 이러는 거지?”

“아니지, 대마법사도 부족해…이대로라면…이대로라면…!”


그렇게 잘난 놈이 마법사 예약이라는 나한테 상담을 받아서 어쩔 거냐는 이와이즈미의 짜증 섞인 말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버린 오이카와는 불끈 쥔 주먹을 흔들며 외쳤다.




“이대로라면 오이카와상은 대마왕이 되어버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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