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HQ!/다이나믹 토오루! 31
Macaron
11.카게야마는 속이 좋지 않은 모양인지 아침부터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낙타를 타고도 토하지 않는 게 용할 지경이었다. 가지고 다니는 약초 중에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는 것도 있다며 하말이 잘 말라서 바스락거리는 잎 하나를 내밀었다. “오후면 목적지인 플란타에 도착하니 그때까지만 좀 참아보게.” 대답할 기운도 없는 카게야마는 잎을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 말이 있는 표정으로 그 주위를 계속 맴돌고 있던 오이카와는 타르프가 “소변 마려워요?” 라고 묻자 발끈하며 “아니거든?!” 하고 소리치다, 카게야마가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입을 딱 다물고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머리 위에서 낯선 소리가 들렸다. 혹시 몬스터인가 싶어 하늘을 올려다보자, 날개를 펼치고 창공을 빙빙 돌며 날고 있..
10.건조한 사막의 흙 위로 초록색 풀들이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몬스터의 습격도 눈에 띄게 줄었다. 도시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위협이 준 만큼 캐러밴은 속도가 붙었다. 사막의 해가 떨어지기 직전, 그들은 나무가 없어 시야가 탁 트인 초원 너머로 희끄무레한 것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목민들이 근처에 있나 봐요.”“유목민?”“네. 저 하얀 것들 보이죠? 아마 양일 거예요.”“엄청 많네?”“가족끼리 다니는 유목민들도 있긴 한데, 몬스터가 나오는 이런 곳까지 돌아다닐 수 있는 걸 보니 무리 지어 다니는 유목민일 거예요. 그러니 양도 많을 수밖에요.” 꼭 작은 희고 꽃송이처럼 초원에 점점이 찍혀있던 것들이 가까이 갈수록 동물의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타르프의 말대로 ..
9.드물게 평화로운 날이었다.매일같이 캐러밴을 습격해오던 몬스터들도 오늘은 웬일로 잠잠했다. 혼자서는 몸을 가누지도 못해 타르프와 함께 낙타를 타던 알도 이젠 제법 회복 되었는지 제 낙타에 올라 발을 까딱였다. 알에겐 가끔씩 발이나 손가락을 까딱이며 몸을 작게 흔드는 버릇이 있었는데, 타르프에게서 예전엔 그가 노래를 무척이나 잘 부르는 소년이었다는 걸 들었던 오이카와는 그게 알이 마음속으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매일 오늘 같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이와이즈미가 입을 가린 천이 간지러운지 천 조각을 조금 내리고 콧잔등을 긁으며 말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혹시 폭풍전야라든지 뭐 그런 건 아니겠지?”“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 망할카와.”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손에 공이 없..
8.“위험합니다!” 귓가로 쉬익 하고 바람이 스친다. 뒤늦게 놀라는 낙타를 진정시키며 옆을 보니 언제 튀어나온 건지 모를 커다란 전갈이 화살을 맞고 쓰러져 있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혹시 몰라 화살을 두어 발 더 쏘니 전갈이 몇 번 꿈틀거리다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고 추욱 늘어졌다. “데저트 스콜피온들의 서식지는 좀 더 북쪽일 텐데 왜 이런 곳에….”“요즘 이상하게 이 근방에 안 사는 강한 몬스터들이 많이 나오네요.” 화살을 뽑고 있던 오이카와는 그 대화에 몸을 움찔했다. “…저거 아무래도 나 때문이겠지?”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에게 뽑아낸 화살을 건네며 작게 소곤대자 카게야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뭐가 말입니까?”“강한 몬스터들이 이상할 정도로 습격해 오는 거.”“그게 왜요?”“신..
7.여기서부터 트리시드 사막이라는 하말의 말에 오이카와와 카게야마는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모래들 사이사이로 작은 돌들이 보이고 풀도 돋아나 있었다. 지금까지 걸었던 길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땅이었다. “확실히 그림으로 봤던 사막이랑은 많이 다르네요.” 하말은 중얼거리는 카게야마에게 모포를 한 장 건넸다. “받게. 아무리 그래도 사막은 사막이야. 밤이 되면 지금보다 추워질 걸세.” 그는 무리의 모두에게 모포를 나눠주고 나서 다시 낙타에 올랐다. “그리고 사막에선 마물들도 나올 테니 안전한 동쪽 지대로 가기 전까진 다들 긴장하고.” 과연, 그의 말대로 해가 기울면서 점점 공기가 서늘해지더니, 밤이 되자마자 기온이 뚝 떨어졌다. 해가 지면 이동하기 위험하다는 하말의 말에 따라 그들은 몸에 모포를 둘둘 감고 낙..
6.“불” 손바닥을 들여다보며 말하자 손 위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밝은 주홍색의 불이 손바닥 바로 위에서 타오르고 있지만 뜨겁지는 않았다. ‘오이카와님의 봉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만, 마력을 묶어버리는 일반적인 봉인과는 좀 다른 모양이에요. 잘하면 간단한 마법 정도는 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드물긴 합니다만, 특히나 강한 고위 마족의 피가 섞인 중급 마족들 중에선 약한 마법을 쓸 수 있는 자들도 있으니 오이카와님께서 마법을 쓴다고 해서 많이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사리아의 말대로 지난 이틀간 수련을 한 결과 오이카와는 작은 불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혹시 뭔가 생각날까 싶어 마법으로 만든 불꽃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으려니 방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활을 매고 있는 카게야마..
5.“간밤엔 안녕히 주무…시지 못하신 모양이네요.” 이와이즈미가 인간계에서 선물로 사 온 펜들로 이면지에 낙서를 하고 있던 사리아가 그들이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고 아침 인사를 건넸다. 낙서를 하고 있는 종이 옆에 다른 색의 펜이 놓여있었다. “…뭐 이 상황에 잘 주무시는 것도 이상하긴 하죠.”“잘 아네.”“그래도 오늘은 좋은 소식이 하나 있으니 너무 죽을상 짓지 마세요.” 오이카와와 카게야마가 퀭한 얼굴로 의자에 주저앉자 사리아는 서랍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쨘!” 그녀의 손에는 작고 낡은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그게 뭔데?” 겉으로 봐서는 그저 가죽으로 된 표지 모서리 부분이 해진 낡은 책에 지나지 않았지만, 사리아가 저렇게 자랑스레 내보이는 걸 보니 보통 책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 이와..
4.“확실히 옘스 근처네. 이십 분 정도만 걸어가면 될 거야.” 마법진 위에서 내려오자마자 주위를 둘러보던 이와이즈미는 팔찌를 낀 팔을 들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그의 머리에 돋아있었던 뿔이 사라졌다. “그것도 마법입니까?”“응.”“신기하네요.” 카게야마가 이와이즈미를 보고 눈을 반짝이자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에게 외쳤다. “나도 봉인 풀리면 마법 쓸 수 있을 거야!”“그렇겠네요!” 카게야마가 이번엔 자신을 보고 눈을 빛내자 오이카와는 우쭐해졌다. “유치하게 굴지 말고 따라오기나 해라.”“내가 뭘 유치하게 굴었다고!”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의 항의 같지도 않은 항의를 무시하고 걷기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제법 커다란 마을이 보였다. “저기가 옘스야.”“마계의 마을은 처음이네.”“길 잃어버리..
스가와라의 외침에 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와이즈미는 커다란 검으로 그들을 노리는 칼날들을 쳐내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도망쳐! 얼른!”“놓치지 마라!” 두 개의 고함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뒤에서 활을 겨누고 있던 단원 하나가 큰소리에 놀라 풀숲에서 튀어나오는 다람쥐 때문에 활시위를 그만 놓치고 말았다. 손을 벗어난 화살촉은 은빛 포물선을 그렸다. 날카로운 촉이 카게야마를 향하고 있었다. 이와이즈미와 대치 중이던 스가와라는 이와이즈미가 튕겨낸 다른 단원의 칼날이 제 뺨에 얇고 긴 자상을 남기는 것에도 굴하지 않고 카게야마 쪽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채찍을 휘둘러 카게야마의 이마에 화살촉이 닿기 바로 직전에 가까스로 화살을 튕겨냈다. “망할!!” 그는 채찍을 신..
숨이 찼다. 긴박한 얼굴로 이를 악물고 달리는 그를 몇몇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으나, 그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인에게 신경을 끄고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제 뒤를 따라오는 사람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구체도 없다는 걸 확인한 카게야마는 속력을 늦췄다. “헉…허억…대체 뭐야…….” 카게야마는 혹시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근처 카페 벽에 기대고 서 가방을 뒤졌다. 민트향이 은은하게 남아있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부재중 전화가 9통이나 와 있었다. 누구에게서 온 전화인지 확인하기 위해 화면을 넘기기가 무섭게 또 전화가 걸려왔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본 카게야마는 지체하지 않고 그 전화를 받았다. “오이카와상?”「토비오쨩! 지금 어디야?」“역 근처…카페인데요.” 옆에 누가 ..